2001-06-17
김용선
전산화의 성과

1. 시스템의 검수와 사후관리.

사실 전산시스템의 완료시점을 말하기는 애매한 경우가 많다.
개발업체에서는 완료보고서를 작성하여 각 부문별로 현업 실무자의 사인을 받으면 검수가 끝나는 것이고 개발용역비를 받고자 하지만 이 시기에는 상당히 많은 경우가 명쾌한 합의로 가지 못하고 시비에 얽키고 만다.
프로그램이란 것이 실상은 공산품처럼 규격에 맞추어 조립되듯이 하는 것이 아니고 마치 조각가가 조각품을 만들 듯이 하는 것이어서 어느 시점에서 만족하여 조각칼을 놓아야 할 지, 어느 구석에 잘못된 칼자국이 남았을지, 너무 깍아 버려 회복이 어려울지, 하는 비정형적이고 지극히 주관적인 작업인 것이다.
나는 내가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는데, 단 한 개도 스스로 만족한 프로그램이 없다.
물론 처음완료하고서는 잠시 흡족하지만 곧 발생하는 불만으로 고치고 또 고치고 계속해서 수정.보완해나가는 것이다.
하물며 용역비를 받고 남을 위해 정해진 일정에 개발해준 프로그램이, 전산시스템이 얼마나 만족할 수 있을까?
이 점에서 전산화는 큰 딜레마에 빠지게된다.
오피스프로그램이나 각종 업무용 팩키지프로그램은 이틈에서 생겨난 상비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상비약은 임시방편이다. 아직도 기업의 전산화는 시스템화 해야하고 일괄용역에 의존하게 된다.
나의 그간 경력도 대개는 실패의 경험이다.

  1) 우선은 처음 목표한 개발계획의 항목별로 오류가 없는지를 찾아야 한다.
RUN-TIME-ERROR라고 하는 것은 검수에 있어서 하자가 되므로 의뢰회사나 개발자나 샅샅이 뒤져 찾아서 보완토록한다.

  2) 실행에 있어서 업무효율을 따져본다. 즉 이전에 작업할 때보다 불편해 지거나 처리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이 없는지 살핀다.

  3) 프로그램의 관리상 편리성을 파악해야 한다.
월말이나 연말등에 마감처리의 편리성, 자료 백업과 재설치의 용이성, 데이터 베이스의 안정성과 유연성, 자료의 분량관리, 프로그램의 소오스관리등을 살펴야 하는데 이는 전문가만이 알 수 있는 부분이어서 의뢰자로서는 파악에 한계가 있으나 그렇다고 제3자에게 검수를 맡기는 것은 개발자의 감정을 건드리는 경우가 발생하므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4) 사용자 매뉴얼과 시스템 매뉴얼을 챙겨야 한다. 사용자 매뉴얼은 프로그램의 최종 사용자가 참고할 사용법이고 시스템메뉴얼은 개발자가 참고할 설명서인데 둘다 매우 중요한걸 알아야 한다.
사용자메뉴얼은 결국 그 시스템의 업무 표준서가 되기 때문이고 시스템메뉴얼은 이후에 시스템의 변경.수정.보완시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설명이기 때문이다.
간혹 개발자가 매뉴얼을 작성하지 않는 것을 보는데 그것은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개발원가를 줄이고 검수후 사후관리에 대한 독점력을 갖기 위한 속셈이 있을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프로그램작성자가 아예 자료(DOCUMENT)를 남기기 않는 습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5) 작성된 프로그램에 저작권시비에 해당할 사항이 없는가 살피고 책임회피를 위해서 개발자의 각서를 받아야하며 회사의 저작권확보(소오스 프로그램확보 시)를 위해서도 속히 저작권등록을 한다.

  6) 하자보수에 관한 계약대로 이행능력여부를 확인하고 시스템이 지속적으로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을지 판단한다.

2. 전산화의 성과 전산화의 성과는 일단 전산화의 목표에 기술하였지만, 시스템화의 성공이다.
10명의 회사에서 1,2명쯤 휴가를 가도, 1,2명쯤 갑자기 퇴사를 해도 별탈없이 잘 굴러갈 수 있는 회사의 시스템이어야 한다.
매일 야근하고 토요일도 밤까지, 휴가는 꿈도 못꾸고, 월말만 되면 밤새고 그런 회사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
다음은 모랄(업무의 품격)의 향상이다.
전표 붙들고 계산기 두드리고 먹지대고 복사하고 A4용지들고 더하기 빼기 계산하고...
대학나온 엘리트사원 뽑아 놓고 시킬일이 아니다.
일 배우는 동안은 하겠지만 단 몇 달이 못가서 사표들고 올 것이다.
그런가 하면 회사에 이 부서 저 부서 이 사람 저 사람 따라 다니면서 `자료주세요`, `가져가세요` `빨리 주세요`,`틀렸어요`, `다시주세요` 그러다가 감정 상하고 한 사무실서 원수가 되고 둘중하나 튀쳐나가고.....
시스템이 잘 흐르게 되어 있으면 시비가 줄어든다.
오류가 줄고 생산성있는 창조적업무가 떠오르고 신 바람이 나서 일 하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의 가장 두드러진 전산화의 성과요 목표가 되는 것은 마이크로 소프트가 닷넷을 내놓으면서 자주하는 슬로건중의 하나인 ANY WHERE, ANY TIME, ANY DEVICE이다.
내가 근 10년의 중소기업(특히 소규모 자영업)을 대상으로 전산화를 경험하면서 느끼는 점은 사장이 장부를 들고 다녀야 할정도로 회사의 전반적인 업무에 직접 관여하기 때문에 전산처리가 담당직원만 할 수 있어서도 않되고 회사의 컴퓨터로만 할 수 있는 것도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장이 노트북이라도 들고 다니지만 자료를 복사해 가지고 다니면서 UP-DATE시키는 번거러움을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회사에서든 집에서든 출장을 가서라도 어디에서나 회사의 자료(정보)를 조회하고 입력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환경의 시스템의 개발이 지금은 웹이라는 조건에 의해 그 구현이 매우 쉬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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