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9-13
김용선
노인대학 컴퓨터학과 교수를 하면서

이 나라가 인구 고령화에 있어서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속도을 보인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과연 사실이었구나" 하는 결론을 내립니다.
지난 7월 부터 교회에서 하는 노인대학에 컴퓨터학과를 신설하고 노인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쳐 드리는데 노인들이 얼마나 열심으로 배우시는지 새삼 놀라고 있으며, 계속해서 컴퓨터 학과에 등록하고 싶어하시는 분들에게 정원이 넘었다고 이해를 시키면서 내년 새 학기에 배우시라고 설명하기가 바쁩니다.
지난 여름 강원도 양양의 한 교회 홈페이지를 만들어 드리는 봉사를 하면서 그 시골 동네 이장님들을 만났는데, 한 마을을 가니 정부지원 1,000만원으로 노인회관에 컴퓨터 교실을 만들어 놓은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최신형 고급 컴퓨터와 프린터, 스캐너등 시설은 아무도 사용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노인들을 위하고 농촌의 정보화를 위해서 시작한 일이지만, 막상 마을의 어른들은 대개가 소위 컴맹이었습니다
그래도 컴퓨터를 아는 것은 애들 뿐이어서 학교다니는 애들이 있는 집은 이미 집에서 인터넷도 하고 있었고,
구태여 노인정의 컴퓨터를 사용할 필요는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이 노인정의 컴퓨터는 농촌 정보화를 위해서 인터넷에 의한 농사정보, 농산물 가격정보 검색, 농산물의 인터넷 직거래, 마을 주민들의 건강정보 서비스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 만큼 방대한 범위의 목적으로 사용되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인터넷을 할 정도는 교육 훈련이 되어야 하겠고,
웹사이트를 구축해서 웹에 의한 마케팅을 실현 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이장님의 말로는 이런 일들을 하기 위해서 무슨 준비를 누가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농어촌 정보화사업이 그저 대충 컴퓨터만 사다 놓으면 되는 것으로 여겼단 말인가?
답답하고 안타까울 뿐입니다.
어떻든 지금 이 인터넷시대의 큰 매력의 하나는 장애자와 노인들에게 큰 희망을 준다는 것입니다.
평생토록 쌓아온 지식정보를 불특정 다수에게 무한정 배포할 수 있는 것과,
평생 삶의 경험과 철학을 나눌 수 있는 것,
시공을 초월한 무한한 세계로의 인터넷 여행.
이제껏 아이들의 매우 비싼 장난감에 지나지 않았을 만큼의 인터넷은 이제 노년을 사는 어르신들에게도 내어 드려야 합니다.
장애인들에게도 내어 드려야 합니다.
거동이 불편하고, 눈이 어둡고, 귀가 들리지 않아도, 글을 쓸 줄을 몰라도,
외국어를 몰라도, 타이프를 칠 수 없어도, 인터넷은 모든 장애를 극복하게 해주는 귀한 도구일 것입니다.
이제 시작한 노인대학의 컴퓨터 교수이지만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서 이 일을 해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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