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글보기
2019-06-22
김용선
손길이 한번만 더 닿아도
손길이 한번만 더 닿아도 훨씬 좋다.
화학섬유가 발달하기 전의 의복은 거의 다 모시나 베, 면(綿)직물로 되었었다.
여름날에 남방셔츠를 입으려면 어머니의 손길이 생각난다.
마당 빨랫줄에 널어 말린 남방셔츠를 걷어서 입혀주실 때면 항상 손바닥으로 쓱쓱 문지르시고 이 쪽 저쪽으로 잡아 펴서 모양을 내서 입게 하셨다.
“바짝 마른 걸 그냥 입으면 살을 벤다.”면서.
우물물을 퍼서 몇 번을 비벼 빨고 말리는 수고를 하였지만 입기 직전까지 손길을 더해 주신 어머니의 손길은 지금 산업화에서도 꼭 필요한 것이다.
사용하는 대부분의 공산품이 싼 맛으로 중국에서 만든 것이다 보다 갖가지 불만이 많지만 국산을 사려해도 없으니 할 수 없다.
대충 소용 닿는 대로 쓰다가 버리니 이 땅은 엄청난 산업폐기물이 쌓이고 있다.
중국산 제품은 소재 자체도 의심되지만 우선 끝마무리가 잘 되지 않아서 거칠고 날카로워 호감이 떨어진다.
내구성도 떨어져 몇 번 사용하면 부품들이 못쓰게 되어 통째로 버려야 한다.
“돈 만 많이 주면 잘 만들어준다.”는 중국 공장장.
하지만 돈이 아니라 정신이 더 중요하다.
미제는 똥도 좋다고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유럽의 선진국 제품이 더 튼튼하고 좋을 걸 알 수 있었다.
비싸지만 고장 없이 오래 쓰면 그게 훨씬 더 좋다.
고장이 나고 빨리 닳아서 새 것 사게 해야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후진국을 면치 못할 것이다.
내 손을 거쳐 간 것은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 만큼 정성을 다하는가?
다 만들어 놓고도 마지막 한 번의 손길이 더 간다면 작품이 된다.
상품도 작품이 된다.


글제목 작성자 작성일자
592 대상이 누구인가? 김용선 2024-03-30
591 지금은 뜸을 들이는 때입니다 김용선 2024-03-30
590 감긴 태엽은 풀린다 김용선 2023-11-28
589 목적을 위한 극단의 방법들 김용선 2023-09-13
588 친구 최종원의 시/전대도 차지 말고 김용선 2023-07-29
587 당연한 것은 다 옳은 것인가 김용선 2023-07-25
586 작은 내가 보일까 김용선 2023-06-06
585 바로 지금이다 김용선 2023-04-08
584 친구 최종원의 시/꽃자리 김용선 2023-04-08
583 민영감 잇소? 김용선 2023-04-08
582 화무십일홍 김용선 2023-04-07
581 이 세상에는 김용선 2023-03-19
580 무엇이 쉬운가? 김용선 2023-03-17
579 55년만에 늦잠을 잤습니다 김용선 2023-03-13
578 큰 놈을 업으면 내 좀 더 커 보일까 김용선 2023-02-27
577 직선만 그리면 김용선 2023-02-26
576 붕어빵틀에선 붕어빵만 나온다 김용선 2023-01-05
575 출근하는 길에 자주 만나는 장면들 김용선 2022-10-31
574 처음으로 진짜 나를 알아보신 분 김용선 2022-10-29
573 그래도 우리는 날개가 있습니다 김용선 2022-09-16
572 기차가 기찹니다 김용선 2022-08-18
572    기차가 기발합니다 최종원 2022-08-25
572      고맙습니다 김용선 2022-08-26
572    시가 붙었어요 김용선 2022-10-20
571 가짜, 과장, 선동, 낚시 제목, 광고 뉴스 김용선 2022-07-02
1234567891011121314151617181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