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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5
김용선
시를 쓰는 친구 최종원의 시




세상에 정 붙이기를 바랬는데
정 붙이려고 늘 연한 속살을 내보였는데
세상은 그 아픈 살을 무참히도 할퀴네
정이라도 붙여야 살아질 것 같아서
주섬주섬 세상의 흉내를 따라주곤 했는데
세상은 제 할 말 제 갈 길 만을 갈 뿐이네
동서남북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라도
다 들어주고 맞다 맞다 했는데
정작 내가 본심의 한 조각이라도 내보이면
해당없는 순서라고 의자를 빼버리네
도무지 중심의 중심으로 다가서지 못해
구경꾼들의 옆구리라도 한쪽눈을 디밀면
팔꿈치로 자꾸만 매정하게 밀치네
물이 동하는 호숫가에서 외로이
삼십팔년을 줄곧 기다린다해도
세상은 별도의 이야기를 꾸며두었다가
자신들의 각본으로 편집해버린다네
저녁이면 내려앉는 거미줄처럼
세상의 촘촘한 매트릭스에 걸려주길
그래서 동서남북 어디로라도 전해질
그 누군가도 피와 살이 따뜻했다는 사실
그 누군가의 삶이 먼지가 아니었다는 전설
앞뒤가 어떻게 맞아떨어질 지 몰라도
일단 들어주려 했다가는 오지 않을
쑥스러운 나의 차례 하찮은 넉두리
결코 영웅담이 나올 리 없으므로
세상은 오직 자신의 비위만 맞추라고 하네
그것이 이 시대의 법이라고 하네
이제 밭고랑에 이삭도 남겨지지 않는
이 시대의 법, 까치들은 사라져야 하고
없는 자들은 유다에게 헐값으로 팔리네
모든 공감능력은 오로지 힘의 방향이어서
종속된 위치에 따라 갑이 되는 거라네
그들의 천국은 상당히 협조가 잘 되고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한도내에서
아름답고 견고하게 만들어지고 있다네
하찮은 정을 논하는 너만 빼고

[출처] 네이버블로그-선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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