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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7
김용선
바다도 감당을 못하니
이제는 바다도 감당을 못하니.

우리 집은 모든 것을 다 사다먹는 집이어서 전분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몰랐는데
어려서 새우젓 독에 썩은 듯이 삭은 감자를 물에 담가두고 수시로 물을 갈아주며 구정물을 쏟아 버리는 것을 본 것이 바로 감자녹말을 내는 과정이었다.
물은 버려할 것 같은 감자에서 그토록 희고 고운 가루를 내어 모든 음식에 소중한 맛과 식감을 내주게 한다.
그런데 감자를 삭힌 그 구정물은 흐르고 흘러 바다로 간다.
땅의 모든 버려지는 것들이 물을 타고 바다로 들어간다.
일본이 방사능 구정물을 바다에 버리겠다고 했다.
구정물을 가두어 두기만 할 수는 없다.
문제는 그 양과 질과 시간이다.
너무 많은 독을 만들어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많이 가지는 것이 강한 것인 줄로만 알았기 때문이다.
많이 쓰는 사람이 부자라고 했기 때문이다.
구정물이 도랑에서 시내로 강으로 바다까지 가는 동안
흙과 돌과 모래와 갯벌을 지나면서 빗물이 더해지고 차츰 차츰 깨끗해지면서 바다에 이를 수 있는 시간과 거리가 필요하다.
급하다고 바로 쏟아 버리면 안 된다.
빨리 빨리 해치우는 것만이 능력인줄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수억 수십억 년의 자연적 균형을 이룬 지구를 망치는 것은 한순간이다.

마태복음 11:28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무거운 짐]에 방사능을 좀 담아도 될까요? 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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