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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30
김용선
돈 꾸지 마라
돈 꾸지 마라

90년대 나는 망해 문을 닫아야 하는 수많은 기업을 보기도 하고 다니면서 뒤처리를 해 주어야 하는 원치 않는 많은 일들을 경험 했다.
그렇다보니 어떻게 하면 기업이 흥하는지 보다는 어떻게 하면 망하는지 더 잘 안다.
대기업에서 처음 옮겨간 작은 회사는 3년 만에 매출이 10배로 늘었지만 부도가 났다.
다 예측되는 부도였지만 미리 대책을 세우고 실현하지 않았다.
통장에 돈이 너무 많이 있어서 방만한 경영을 했기 때문이다.
기업의 자금은 사람 몸의 혈액이라고 비유한다.
그래서 자금이 쪼들리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여 돈을 끌어 들이게 되고
그 어마 무시한 사채까지 쓰게 된다.
우리 몸은 피가 부족하면 반드시 수혈을 해야 한다.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은 자금이 말랐다고 무턱대고 돈을 끌어다 대서는 안 된다.
기업은 생명체가 아니다.
우리 몸은 죽으면 이 땅에서는 끝이고 하늘나라로 가야하지만
기업은 망해도 다시 시작하면 된다.
망한 경험은 오히려 흥하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
회사의 자금회전이 막히면서 시시때때로 돌아오는 어음결제가 어려워지고
금융권의 대출까지 한도가 차면
어디서 어떻게든 낌새를 알고 사채업자가 찾아온다.
돈을 꿔줄테니 열심히 하라고 하면서 그 대신 담보로 상품창고 열쇠를 달라고 한다.
대개는 사채를 못 갚고 창고의 상품은 빼앗기고 회사는 망한다.제조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유통되는 일부의 상품은 이런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기업사채의 올가미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고 봐야하고
때론 이런 방법을 기업청산의 방법으로 이용해서 돈을 빼돌리는 업주도 있다.
어려울 때 돈을 꿔 주겠다고 하면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일인가?
하지만 이는 결국 망해먹게 하는 올가미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이렇게 망해도 기업은 다시 시작하면 된다.
사람이 죽지만 않으면 말이다.
망하게 생겼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잃지 않으면 망하지도 않고
망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몫이 좋은 땅을 가진 사람이 빌딩을 지으려 해도 돈이 없으면 은행이 돈을 빌려줄 터이니 그 대신 건물을 담보하고 1층은 은행지점으로 달라고 한다.
나중에 그 건물은 결국 은행 것이 되고 땅주인은 빚쟁이가 된다.
푼돈 꿔준 사채업자는 거금의 채권자로 변한다.
선심을 쓰듯 돈을 꿔주어 수하로 삼고 자기 세력을 키우는 목적이 있는 것이다.
돈 꾸지 마라.
돈 없으면 없는 대로 살고
망해도 다시 시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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