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여름, 산 속 계곡에서 홀로 핀 하얀 치자꽃을 본 순간 나는 홀딱 반했고 이름도 몰라 지나는 사람에게 물어서 그 이름이 치자인 것을 알았다.
정성껏 사진을 찍어 폰에 저장하고 여태까지도 들여다 본다.
그 후 차자꽃타령을 하니까 아내가 치자나무 화분을 하나 사왔고
열심히 거름하고 물을 주워 키웠더니
멋진 꽃을 4송이나 피워냈다.
그리고 꽃이 진 다음 나는 여러날을 열매가 맺힐것인가 지켜봤다.
아주 여러 날을....
하지만,
말라 비틀어져 꽃잎이 떨어진 자리는 아무 것도 없었다.
엊그제,
가족들과 점심을 먹고 길 건너편 화원을 둘러보는데 치자나무 화분을 보니 치자 열매가 달려있는 게 아닌가?
놀라와서 주인에게 물어 설명을 들으니 우리집의 것은 꽃만 피는 치자나무란다.
ㅠㅠ
나는 치자 열매가 달린 화분을 사 들고 왔다.
그리고 올 가을엔 노오란 치자가 달리기를 또 기다린다.
열매를 맺자.
열매가 없으면 소용이 없다.
성령의 열매를 맺자.
믿으나 열매가 없으면 죽은 믿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