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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0
김용선
말씀 뽑기

말씀 뽑기

 

내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이니 60여년 전쯤이다.

나의 집안에 한 분이 토정비결을 할 줄 아시는 분이 있었다.

매년 정초가 되면 토정비결 책을 가지고 와서 식구들 모두 그 해의 점을 쳐주었는데

생각나는 게 늘 “물을 조심하라“는 내용이 있었던 것이었다.

그 바람에 나는 혼자서는 물놀이를 갈 수가 없었다.

잘 모르지만 토정비결은 많은 경우의 응답글을 당사자의 생년월일 등 고유한 조건을 조합해서 찾아내는 것인 듯하다.

요즘은 교회에서도 신년 초에 [말씀카드뽑기]를 하는 데 자꾸 토정비결이 생각이 난다.

더구나 “눈을 감고 통에 손을 넣어 골라잡으세요.“ 하고

”뽑은 그 성경말씀이 바로 하나님께서 금년에 주신 말씀입니다.”라고 할 때다.

점을 치는 무당이 손에 들고 산가지를 골라 뽑으라고 하던 산통도 생각이 난다.

거래하는 회사의 사무실에 서예족자가 있어 보고 있자니 사장이 “이 글씨는 담임목사님의 친필 성경말씀이라”면서 아무나 받을 수 없는 귀한 것이라 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자기만큼은 촌지를 드려야 한다고 귓뜸을 하는데 그 목사는 이단논란이 있는 사람이다.

[예수님만] 믿자.

말씀을 [나 좋은 걸로만] 고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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