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뽑기
내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이니 60여년 전쯤이다.
나의 집안에 한 분이 토정비결을 할 줄 아시는 분이 있었다.
매년 정초가 되면 토정비결 책을 가지고 와서 식구들 모두 그 해의 점을 쳐주었는데
생각나는 게 늘 “물을 조심하라“는 내용이 있었던 것이었다.
그 바람에 나는 혼자서는 물놀이를 갈 수가 없었다.
잘 모르지만 토정비결은 많은 경우의 응답글을 당사자의 생년월일 등 고유한 조건을 조합해서 찾아내는 것인 듯하다.
요즘은 교회에서도 신년 초에 [말씀카드뽑기]를 하는 데 자꾸 토정비결이 생각이 난다.
더구나 “눈을 감고 통에 손을 넣어 골라잡으세요.“ 하고
”뽑은 그 성경말씀이 바로 하나님께서 금년에 주신 말씀입니다.”라고 할 때다.
점을 치는 무당이 손에 들고 산가지를 골라 뽑으라고 하던 산통도 생각이 난다.
거래하는 회사의 사무실에 서예족자가 있어 보고 있자니 사장이 “이 글씨는 담임목사님의 친필 성경말씀이라”면서 아무나 받을 수 없는 귀한 것이라 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자기만큼은 촌지를 드려야 한다고 귓뜸을 하는데 그 목사는 이단논란이 있는 사람이다.
[예수님만] 믿자.
말씀을 [나 좋은 걸로만] 고르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