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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23
김용선
삭자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거]라고 부르는 노래가 널리 유행하고 있다.
늙은이들이 좋아하는가 보다.
익은 것이 좋다.
맛이 들었기 때문이다.
늙었어도 잘 익은 듯이 귀하게 대접받았으면 싶은데 익으려면 모질게도 뜨거운 열을 견디어야 한다.
찬물을 부었어도 펄펄 끓어야 익는다.
길고 긴 여름날의 땡볕을 견뎌야 익는다.

그런데 익은 다음 더 맛 나는 것이 삭힌 것이다.
젓갈이 그렇고 김치는 익어야 맛있지만 묵은 김치가 더 좋다고도 하지 않는가?
익은 다음 잘 삭아지는 것은 확률이 적은 도전이다.
좋은 효소를 품은 채로 빛도 없고, 바람도 없이 긴긴 날을 갇혀 숨듯이 지내야 한다.
어떤 무엇이라도 더 넣을 게 없다.
단 한 방울, 한 톨의 잡것도 스며들지 못하게 꼭꼭 뚜껑을 덮은 채로 말이다.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한해 두해 세월이 흘렀지만
썩어지는 것이 아니라 삭는 것이다.
색도 모양도 힘도 다 하고 말갛게 삭는다.

은퇴를 한 또래들이 무얼 할지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여러 궁리를 하는 것 같다.
이제 70이 넘었으니 아직도 철부지 소리를 들을 것도 아니고 주책을 떨 것도 아니다.
한 소리 또 하고, 제 말만 해대 남의 말 경청하지 못하는 꼰대도 아니면 되고.

이젠 문 닫고 연락 끊고 가만히 숨어 삭아지고 있어야 할 때다.
어느 날 누군가로부터 뚜껑이 열리는 날이 천국 가는 날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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