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컴퓨터 키보드를 처음으로 쳐 보던 날 제일 먼저 그 기능을 바쁘던 찾던 키가 바로 [Del]키다.
73년도에 컴퓨터를 처음보고 공부할 때는 컴퓨터를 만져도 못보고 키보드는 오퍼레이터만 다루는 시대였다.
그 후 10년이 흐르고 나서야 마이크로 컴퓨터를 가지고 프로그램을 하면서 비로서 내 책상에 키보드가 올라왔다.
타자기를 쓰던 손이니까 금방 키보드를 쳐서 화면에 영문 문장을 썼는데 금새 잘못친 글자가 보이고 고쳐 써야 하는 일 부터 생기는 것이었다.
그러니 맨 처음 찾은 키보드의 기능이 이미 써진 글자를 지우는 기능인 [Delete]것이다.
먼저 번 글에 [←]백스페이스 키를 얘기하기도 했지만 이 [Delete]키야 말로 몽땅 지워 버릴 수 있는 막강한 기능의 키라 할 수 있다.
지금은 마우스까지 있어서 어느 영역을 설정할 수가 있고 동시에 [Delete]키를 누르면 선택한 영역이 한번에 지워질 수 있으니 얼마나 편한가?
인생을 살면서 숱한 일을 벌리지만 아무리 치밀하고 정확하게 한다고 한들 늘 후회할 일 들이 있게 마련이다.
후회정도가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없었던 일처럼 싹 지워 버리고 싶은 일들이 어디 하나 둘인가?
나아가 마음대로 골라서 지울 수가 있다면 내 입맛대로 좋은 삶을 살 수도 있겠는데 우리의 인생에는 Delete가 없다.
혹 이 시대의 앞서가는 과학자들이 이런 연구를 하고 있을지 모른다.
97세를 사시면서 수년째 치매로 기억을 잃어 가시는 어머니를 생각해 봐도 지워진다고 다 좋은 것이 아니다.
컴퓨터 처럼 기억된 내용을 지울 수 있고 다시 회복할 수도 있는 그런 인생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더 행복할 수 있을까?
별로 시원한 대답을 없을 것 같다.
그저 아프고 쓰린 기억까지도 찬란하고 행복한 기억으로 감싸서 그냥 살아가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삶 속에서도 지금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