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이야
일본 놈에 잡혀 갈까
다 크지도 못하고 시집갔지
식구 먹을 입이라도 줄인다고
먹고 재워주는 식모살이 갔지
몇 푼 벌어 시골집 소라도 사드릴까
매달리고 부대끼며 버스차장 했지
꿈에도 그리는 교복이 입고 싶어
공장 다니고 야간 학교 다녔지
노동법도 모르고 인권이 뭔지도 모르고
먹여준다 돈 준다 공부시켜준다니
골병드는지도 모르고 죽는 줄도 모르고
찬란한 그 청춘 밟히고 붙잡혀 살았는데
이젠 다 끝났다 했지
창피해서 아무도 모르면 좋겠지
누이야 이제야 써놓았네 잊지는 말아야지
다시는 이런 날이 없을 거야
당당하고 멋지게 남은 날을 살아요.
-일제 식민지 시대로 부터 근대화와 선진화까지의 대한민국 누이들을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