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1-03
김용선
적성과 체질

대개의 사람들은 프로그래머라고 할때 "꼼꼼하고 차분한 성격으로 끈질기게 늘어 붙어 앉아 일하는 사람"으로 얘기하는 것 같다.
나는 이 나라에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의 사람들이 확실치는 않지만
1,000명이 넘지 않았을 시기에 프로그래머가 되려고 했기 때문에 사실 프로그래머가 하는 일이 구체적으로 뭔지 잘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이 일에 적성이 잘 맞는지도 잘 모르고 덤벼든 것이다.
프로그램을 공부해 가면서 재미는 있는데 내겐 좀 능력에 부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었다.
특히 수학적 이론을 가지고 전자계산학으로 강의를 들으면서 가뜩이나 수학에 자신이 없는데
이건 온통 수학을 벗어 날 수가 없구나 싶어 후회를 하기도 했다.
때론 강사가 내주는 문제의 알고리즘을 한 두명 밖에 못푸는걸 풀기도 해서 으쓱하기도 했지만
어떻든 포트란과 코볼 프로그램을 배우면서 통 이해를 못하고 하라는대로만 하느라고 정신이 없었던 것이다.
나는 가끔씩 프로그래머를 지망하는 학생들의 프로그래머의 적성과 체질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서 "적성과 체질은 일하기 싫은 사람의 핑게"라고 했다.
다소 무리가 있는 표현인것도 사실(딱가리란 표현에 무리가 있었듯이)이지만 그래도 이쯤해 두어야 따끔한 충고가 될 성 싶은 마음이다.
자신의 적성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그건 요즘 많은 분석프로그램들이 있으므로 쉽게 테스트 결과를 얻을 수가 있다.
그리고 적성테스트 프로그램이 권고하는 직업도 놀랄만큼 정확하다는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체질 또한 일의 목표를 이루어 내는 데는 많은 개인차이를 보일 만한 요소가 되는 것을 본다.
하지만 대학의 전산관련학과를 진학하려는 사람을 보더라도 적성이나 체질에 따라 전공이 선택되어지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가?
사회에 진출(취직)해서도 자신의 업무가 적성과 체질에 맞추어질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는가?
물론 이런면으로 본다면 모든 직업의 모든 업무가 적성이나 체질은 다 무시해도 된다는 얘기로 가고 말것이다.
그리고는 흔한 말대로 그저 팔자려니하고 마지 못해하는 일이 되거나 그저 닦치는 대로 아무일이건 열심히 하면 된다는 식이 되고 말거다.
결국 나는 일반적인 직업관에서 말하고 싶다.
어떤 직업, 어떤 일이든 스스로 즐거움에 빠져 들게 되면 그게 적성으로 될 수도 있고 체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럼 일이 즐거우려면?
그건 건전하고 순수한 목적성이 확립된 노동으로 여겨질때 가능하다.
일(직업) 자체가 사랑과 봉사의 행위일때,(너무 철학적인가? 여기까지만 들어가자...)
며칠전 나는 신사동에서 점심먹으러 가는 길에 "화장실 청소 대행업... "하고 회사명까지 씌여진 자동차를 보았다.
과연 그 회사의 사장님과 직원들이 마지 못해 먹고 살자니 화장실 청소나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대문짝 만하게 "화장실 청소...."하는 글을 써붙이고 다니겠는가?
우리는 내 일을 사랑하는 노력을 더 해야한다.
자기는 진짜 적성이 않맞는다고 하면서 프로그램하는 사람을 많이 만나는데 내가 보면 제 성질대로 제 적성대로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다.
같은 명령의 체계를 가지고 같은 프로그램을 하면서도 결국 다 들 제 나름대로의 성격을 가진 프로그램을 하고 그 나름대로 만족해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아는 프로그래머 중에는 성격이 꽤 거칠은 사람도 더러는 있다.
술도 많이 먹고 목소리도 크고 현업과 싸움도 많이 하고, 그래도 프로그램은 잘하고 현업에서 좋아하는 스타일의 프로그래머들이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사람보다는 매우 공격적인 구현 능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정말 프로그래머처럼 보이는 그런 사람도 있어서 꼼꼼하게 메뉴얼 챙기고, 백업하고, 예쁜 UI만들고, 친절하게 교육하고....
수학적인 논리가 부족하면 +, -만 가지고 풀어도 곱셈, 나눗셈 할 수 있듯이, 3차원 4차원 알고리즘이 힘들면 1차원으로 늘어 놓고 라도 구현은 된다.
물론 고급 프로그래머는 늦되더라도 말이다.
하루 10시간 12시간 앉아서 어떻게 프로그램만 하느냐고 하지만 게임도 재미만 있으면 앉은 자리서 날새기는 보통이지 않은가?
일을 해야 할 건선하고 선한 목적이 분명하다면 하는 일의 종류가 문제가 아니고 체질이 문제가 아닌것이다.
정말 적성이, 체질이 않 맞는다 치자.
나는 첫직장에서 17년간 일하면서 내 업무가 정확하게 9번 바뀌었고,
그 다음 직장에서도 5년간 3번 바뀌었는데 이 두 직장 22년과 지금까지 30년동안에 15가지 정도 직책의 일을 해왔다.
일이 좀 익혀지면서 지루 할만 하면 바뀌고, 새로운 일을 했으면 할때마다 일이 바뀌곤 했던 것이다.
그 중 프로그래머를 겸하거나 프로그래머만 한 기간은 19년쯤 되는 것 같은데 이 기간도 늘 새로운 업무의 전산화업무를 했으니까 마음도 늘 새로운 가짐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내 일의 변화는 단 한번도 내 스스로 요청해서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인사발령을 위한 직접적인 노력을 해 본적이 없었는데 얼마나 내게는 福이 되었는지 모른다.
우리가 매사에 즐거움으로 성실함으로 임하는 것은 늘 새로운 기회가 열리게 하는 열쇠가 되고 그건 결국 직업이 적성에 따라가고 체질에 따라가게 되는 결과을 얻는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지금은 내가 사람을 채용하기도 해보고 사람을 관리해 보기도 하면서 이같은 나의 생각에 더욱 확신을 갖게 한다.
자꾸 핑게를 많들지 말자.
일단은 어떤 일이고 풍덩! 빠지자.
숨이 턱에 찰때까지 발바둥을 쳐서라도 버티자.
뜻하지 않은 길이 열린다.
토정비결 같은 냄새가 좀 나서 그렇긴 한데,
우리 젊은이들이 너무 조바심을 내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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