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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2
김용선
언제고 드러납니다
잘 묻어두면 귀한 것이 됩니다,

제가 살던 삼능(아~ 부평의 삼능이란 마을)은 높지 않은 산 밑에 있어서 봄이면 진달래가 흐드러지고 여름 내내 버섯을 따다 먹는 동네였습니다.
어려서 봄에 누나가 그랬는지 진달래꽃을 한바구니 따왔는데 그걸 조그마한 항아리에 술을 담그고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뒷마당에 묻었습니다.
우리 집 뒷마당은 꽤 넓어서 배추를 심으면 김장배추가 되는 정도로 넓었습니다.
어느 해에 김장을 해서 김장독 묻을 구덩이를 파는데 기억에서 잊어버린 술 담근 독을 삽으로 건드리고 말았습니다.
놀라서 금이 간 술독을 파냈는데 그윽한 꽃술의 향기가 온 집에 퍼지고 사람들을 불러 모으게 했습니다.
수년 동안 잊혀 질 정도로 땅속에 묻혀 진 진달래 술독은 그냥 꽃잎과 술이 아니라 귀한 약술이 되어 있었습니다.
잘 묻어두면 귀한 것이 됩니다.
하지만 대개는 잘못 묻어두어서 썩고 큰 탈이 나기도 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묻어 둘 것인가?
언제고 열어 볼 날이 옵니다.
언제고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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