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19
	yskim
	키보드 개똥철학 열 두번째[PAUSE]키

TV를 보다가 가끔은 [PAUSE] 버튼을 찾는다. 한 순간 스치듯 지난 장면이 꼭 다시 보고 싶어 정지하고 되돌려 보고 싶던지 멈춰 놓고 더 보고 싶은 충동 때문이다. 난 지금 흐르는 내 삶의 동영상 [PAUSE]버튼을 찾고 있다. 너무 행복해서다. 이 순간을 잠시 붙잡아 좀 더 누리고 싶다. 결국 [PLAY]는 다시 눌러질 것이고 더 늙어지면서 소망하던 천국에 들겠지만 그래도 지금이 행복한 것은 아직 천국 맛을 다 알지 못해서 일 것이다. 그런데 [PLAY]든 [PAUSE]든 이 버튼들은 내게 있지 않다. [END]버튼 까지도 내게 있지 않다. 넘치도록 많지는 않아도 모자라지는 않는다. 주어진 시간의 굴레 안에서 살아야 하지만 휴식의 시간도 있다. 벌어야 살지만 아직은 일에 즐거움이 있다. 힘은 약해졌지만 아프지는 않다. 잃은 형제도 있지만 하나씩 식구가 늘고 있다. 젊어서 보다는 욕심이 많이 줄어서 편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불러내어 밥이라도 먹을 수 있으니 좋다. 목표보다는 목적에 이끌리어 사는 게 좋다. 그래도 난 더 좋은 날을 기대 하면서 [PLAY]버튼 눌려지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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