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용 컴퓨터에서 성능을 말할 때 CPU(Central Processing Unit)의 속도 못지않게 따지는 사양이 메인메모리(Main Memory)의 용량이다. 메모리의 용량이 작으면 CPU의 속도가 제 아무리 빠르다 해도 컴퓨터의 처리능력이 절대 향상되지 않는다. 아파트 살면서 수백포기 김장을 하려면 제 아무리 노련한 주부라도 많은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는데 만일 널찍한 마당에 배추며 무, 양념까지 편하게 펼쳐 놓고 김치를 만들 수 있으면 훨씬 능률이 좋을 수 있는 것으로 비교할 수 있다. 이런 작업 마당의 크기가 메인메모리 크기라고 말할 수 있다. 좁은 소견에 조그만 손으로 조물조물하는 답답함을 예상하면 된다. 1973년 내가 처음 만난 컴퓨터는 메인메모리가 16KB였다. 지금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노트북은 메인 메모리가 8GB다. 8 x 1000 x 1000 = 8,000,000KB 즉 500,000분의 1의 메모리 크기다. 더 실제적으로 계산했을 때 16KB라는 크기는 영문이나 숫자, 특수문자를 16,000자 밖에 쓸 수 없는 것이다. 프로그램을 한다는 것은 코딩시트(원고지처럼 칸이 쳐진 종이)에 연필로 프로그램 언어를 쓰고 이 원고를 키펀처가 타이핑해서 펀치카드에 80자씩 찍어 낸다. 그리고 이 펀치카드가 리더기로 읽혀져서 메인메모리에 로드되어 실행되어야 하는데 기껏해야 펀치카드 200매 이내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 나마 16KB에는 프로그램 코드 말고도 처리해야할 데이터가 로드되는 영역까지도 확보해야 하므로 프로그램을 최대한 줄여서 작성해야 해서 적어도 80년대까지는 이런 부담을 가지고 일을 해야 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큰 일을 능률적으로 하려면 넉넉한 환경이 필요하다. 옹졸한 사람이 좁은 소견으로 쪼잔하게 일을 처리하는 경우나 손이 커서 왕창 일을 벌려 놓고 뒷감당도 못하는 사람이 있다. 다행인가, 예수님의 비유말씀에는 한 달란트로 한 달란트를 번 사람과 다섯 달란트로 다섯 달란트를 번 사람을 같이 칭찬하셨다. 컴퓨터의 능력은 그렇다 치지만 우리의 삶은 그렇게 따질 이유가 없다. 주님께서는 느려도, 작아도, 못났어도, 충성을 보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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