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07
	김용선
	컴맹 늙은이

처음 컴퓨터를 구경한 것은 1973년이다. 우리나라에 13대밖에 없는 컴퓨터 중 한 대를 광운대학교에서 보고서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했다. 1975년 프로그래머가 되겠다고 대기업 전산실에 첫 취직시험을 봤지만 프로그램 능력이 아니라 영어 독해능력을 평가하는 바람에 떨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10년 뒤 다른 대기업 실험실에 근무하면서 드디어 나는 Z80프로세서의 마이크로컴퓨터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사람이 되었다. 오늘은 이 글을 쓰면서 키보드를 보면서 만감이 든다. 1973년 처음 컴퓨터 프로그램을 공부할 때는 키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 Cording Sheet에 연필로 COBOL이나 FORTRAN 프로그램 언어를 적어서 내면 어디선가 누군가 키보드를 사용해 Punch Card를 만들어 Reader로 읽혀 프로그램을 실행시키는 것이었다. 프로그램을 만든 나는 Line Printer로 인쇄되어 나온 실행결과만 받을 뿐이었다. 그땐 왜 그리 키보드가 부러웠는지. 컴퓨터 앞에서 모니터를 보면서 키보드를 치는 내 모습을 꿈처럼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키보드를 만지는 데는 10년이 걸렸고 지금은 이토록 화려한 키보드 앞에 앉아 있다. 그것도 옆에는 이렇게 예쁜 마우스까지. 그런데 난 아직도 독수리 타법이다. 핑계를 대자면, 처음에는 한글이 없는 컴퓨터로 영문만으로 잘 사용했고 80년대 컴퓨터에서는 16비트 완성형 한글처리가 되었지만 프로그래머인 나는 한글을 쓸 일이 거의 없어서 한글자판이 서툴렀다. 2000년대 되어서야 한글문서를 가끔씩 사용하면서는 키보드자판에 대한 혼란이 일어나고 말았다. 더구나 2000년대부터는 프로그램 개발환경이 Visual Studio로 발전하고 키보드 보다는 마우스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되어 점점 키보드는 보조역할밖에 못하는 존재가 되었는데 문제는 요즘. 글을 좀 쓰다 보니 한글 키보드 서툰 게 문제다. 이 키보드는 한글 변환이 되지만 아예 버튼에 한글 모.자음 표시가 없다. 계속 쓰다 보면 익숙해지겠지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인가 오타가 나오고 속도가 더 빨라지지 못한다. 남들이 보면 분명 [컴맹 늙은이]라 할 거다. 더 열심히 쓰고 익혀서 “다다다닥 타다탁 탁탁!” 소음을 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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